달팽이관 내의 비정상적 상황에 의해 이명이 유발된다는 것은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말초청각기관이 이명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지 현재 제시되고 있는 이론들은 다음과 같다.

1) 구조적인 변화
외유모세포는 내유모세포보다 더 쉽게 손상된다. 결국 내유모세포는 정상이나 외유모세포가 손상된
영역이 달팽이관 내에 존재하게 된다. 이런 곳에는 외유모세포와의 접촉이 망가진 tectorial
membrane이 내유모세포와 맞닿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은 내유모세포의
탈분극 (depolarization)이 더 쉽게 일어나도록 하여 정상상태보다 신경의 자발적 반응
(neural spontaneous activity)이 더 증가한 상태를 유도할 수 있고 결국엔 이명을 초래할 수 있다.
 

2) 원심성 신경 손상 (efferent damage)
청각유모세포의 손상은 그 세포 주변의 원심성 신경 손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달팽이관의 inhibitory feedback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며 excitatory-inhibitory event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고 결국 청신경의 spontaneous activity를 증가시킬 수
있다.

3) 외유모세포의 운동성 상실
외유모세포의 운동성 저하가 역으로 내유모세포의 sensitivity를 증가시켜 뇌로 보내는 spontaneous input 의 level 이 증가할
수 있다. 외유모세포의 기능이 손상된 경우 내유모세포의 glutamate 분비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소음이나 이독성 약물 등에 의해 달팽이관이 손상된 경우, 그 손상이 달팽이관에만 국한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청각기관 전 영역에 걸쳐 구조적, 신경화학적, 생리학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 신경의 구조와 반응이 경직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변화 가능하다 - 이라는 신경의 중요한
특성이 관여하고 있다. 중추청각기관과 이명의 관련성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현상들도 대부분 신경가소성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 SFR (spontaneous firing rate)의 변화
아래 표를 참조하면, 약물이나 noise trauma를 통해 이명의 발생을 유도한 후 spontaneous activity의 변화가 중추청각기관의
여러 수준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

 
 

2) Burst firing과 Neural synchrony
청각신경들의 spontaneous activity는 서로 random 양상을 고르게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약물과 소음노출로 이명을 유도한 동물들에서 spontaneous activity가 돌발적으로 한꺼번에 나타나는 burst firing과 동시에 나타나는 neural synchrony가 관찰되었다.

3) Tonotopic map reorganization
청각기관은 소리의 주파수에 따라 각각 반응하는 영역이 구분되어 있는 tonotopy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달팽이관, 즉 말초청각기관부터 대뇌의 청각피질까지 각각의 신경전달 경로에 모두 존재한다. 소음이나 약물에 의해 달팽이관에 손상이 생긴 후, tonotopic map의 재조직화 현상이 대뇌 청각피질에서뿐만 아니라, 청각경로의 여러 단계에서 관찰되었다.

 
 

고양이의 청각피질에서 관찰된
tonotopic map reorganization

AES = Anterior Ectosylvian Sulcus
PES = Posterior Ectosylvian Sulcus.
 
 
이제까지 관찰된 여러 현상들을 토대로 이명의 발생 기전에 관해 몇 가지 이론들이 제기되고 있다.

1) 흥분성 신경반응과 억제성 신경반응 사이의 어긋난 균형상태
소리 정보가 귀에서 뇌까지 전달되는 과정은 신경을 흥분시키는 반응과 신경흥분을 억제하는 반응들의 수많은 조합이
이루어내는 과정이다. 흥분과 억제반응 사이의 상호작용은 말초청각기관에서 대뇌청각피질에 이르는 거의 모든 단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청각기관이 정상인 상태에서는 흥분과 억제반응 사이의 균형이 잘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약물이나 소음에
의해 청각유모세포가 손상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 손상된 영역의 유모세포에서 해당 영역의 청각신경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흐름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은 결국 억제반응을 담당하는 신경의 역할을 저해하게 되고, 억제반응이 약해진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신경흥분반응이 일어나게 되며, SRF의 변화, burst firing, neural synchrony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2) 대뇌 청각피질의 재조직화 (cortical reorganization)
청각피질의 재조직화 현상도 결국 흥분신경과 억제신경 사이의 균형이 깨어진 상황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으나, 청각피질의
tonotopic map 재조직화 현상이 역으로 신경반응에 다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청각피질의 재조직화 현상은 이명현상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결과인 동시에 이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흥분성 신경과 억제성 신경 network 의 예
dorsal cochlear nucleus

Tonotopic map reorganization 현상이 일어나는 과정
 
3) Synaptic plasticity
약물, 소음 등에 의한 손상은 청각유모세포에 국한되지 않고 청신경의 손상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우리 몸은 신경이 손상되면
새로운 신경축색돌기, 신경말단의 생성 등을 포함하는 신경복구 작업을 자동적으로 개시하게 된다. 비록 우리 몸은 원래의
상태 그대로 복구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과정이 항상 완벽하지는 않아서 새로운 신경 시냅스들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synaptic plasticity라고 한다. 신경이 복구되고 새로 성장하는 과정에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먼저, 억제신경의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복구된 흥분성 신경반응이 연속적인 신호를 뇌로 보낼 수 있다. 다음, 청각과 관련
없는 신경신호가 청각신호와 혼합되는 현상이 발생하여 이명을 초래할 수 있다.
   
 

References
Kaltenbach, J.A., Zhang, J., Finlayson, P., 2005. Tinnitus as a plastic phenomenon and its possible neural underpinning in the dorsal cochelar nucleus. Hear. Res. 206, 200-226.
Eggermont, J.J. and Roberts L.E., 2004. The neuroscience of tinnitus. Trends in neuroscience. 27, 676-682.
Saunders, J.C. 2007. The role of central nervous system plasticity in tinnitus. J. Commun. Disord. 40, 313-334.
lanting, C.P., de kleine, E., van Dijk, P., 2009. Neural activiry underlying tinnitus generation: Results from PET and fMRI. Hear. Res. 255, 1-13.
 
 
많은 이들이 피곤할 때 한번쯤 귀에서 '삐~~' 또는 '띵~~' 하는 소리를 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소리를 처음 접한 후
한 2주 정도 지나 피곤한 일이 또 있어 이번에도 귀에서 무슨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이번에 들은 소리와 예전에 들은 소리가 서로 동일한 주파수(음높이)일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달팽이관 내에는 12,000여 개의
청각세포가 있고 20~20,000Hz에 이르는 매우 다양한 가청주파수 신호가 처리되는데 어떻게 잠시 들렸던 예전 소리와 이번
소리의 주파수가 동일한 것일까?

이명(귀울림)을 처음으로 접한 정확한 시점을 기억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사람들이 이 날을 기억하여 초기 단계
이명의 발생주파수를 정확히 알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 즉시 해당 주파수를 처리하는 청각세포에 소리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이명 알람 스위치를 꺼줄 수만 있다면, 아마도 전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기 단계 감각신경성 이명 보유자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이명은 청신경 손상의 경고 신호이다. 이명은 '현재 특정 주파수 대역에 청력손실이 진행되고 있으니 더 이상의 청력손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우리 뇌를 각성시키고 우리 귀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알람 신호이다. 초기 이명
주파수를 귀로 느끼면서 해당 주파수의 정확한 수치를 <단순이명찾기프로그램(www.tinnitusless.com)>을 통해 찾을 수 있다면
현재 그 주파수 위치에 미세한 청력손실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청각세포와 청신경은 주파수 관계에서 서로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특정 주파수를 처리하는 청신경망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해당 주파수 위치 또는 해당
주파수와 연결된 다른 주파수 위치에서 이명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명은 가청주파수 대역 내에서 어디에 미세한
청력 손실이 진행되고 있는지 해당 주파수 위치를 조기에 제시하고 안내해 주는 일종의 지도와도 같다. 초기 단계 이명은
무시할 대상이 아닌 귀 기울일 대상이고 관찰해야 할 대상이다. 초기 단계 이명이란 청각의 어떤 주파수 대역에서 미세한
손상이 시작되었는지 조기에 알려주는 알람 신호이니 참으로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근래 들어 이명 증상 보유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명이 명백한 '소리(sound)'라는 점에서 소리를 다루는 기초 학문인 음향학(Acoustics)의 시각에서 이명 현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명 현상이 대뇌 측두엽 청각피질에서 표상되는 일종의 전기적 신호라는 점에서 이명에 대한 전기
신경생리학(Electro-neurophysiology) 관점에서의 접근과 이해가 요구된다.
 
 

물리학에서는 소리를 크게 음(tone)과 잡음(noise) 두 가지 형태로 분류한다.
음은 주로 주기적인 압력변화에 의해, 잡음은 비주기적 압력변화에 의해
형성된다. 우리 신체 내부의 이명도 소리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음과 잡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명이 ‘음’일 경우 주파수발생기를 이용하여 이명의 음높이(주파수)를 찾아
자신이 듣고 있는 이명과 똑같은 소리를 재현할 수 있다. 이명이 ‘잡음’일 경우
신호발생기의 잡음대역폭을 조절하여 이명과 유사한 특성의 대역잡음(band
noise)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음향학적 특성을 기초로, 이명을 총 10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UST, USN, BST, BSN, UCT, UCN, UCC, BCT, BCN, BCC)

청력 손실이 시작된 주파수 대역의 위치가 어느 한 곳인 경우 단순이명(simple
tinnitus)이 발생한다. 단순이명은 인터넷 상의 <단순이명찾기프로그램
(www.tinnitusless.com)>을 이용하여 현재 듣고 있는 이명의 발생주파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음의 높낮이 구분 능력이 결여된 음치 증상 보유자의 경우
이명주파수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청력의 미세한 손상이 만성으로
진행되어 손상 주파수 대역의 위치가 어느 한 곳이 아닌 이미 여러 곳이
되어버린 경우 복합이명(complex tinnitus)이 발생한다. 복합이명은 여러
주파수가 혼합된 상태로 발생하기 때문에 정확한 주파수 찾기가 어렵다. 또한
복합이명이라 해서 당사자가 자신의 이명을 꼭 여러 개의 소리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배수관계 혹은 일정한 주파수 패턴으로 다수의 이명이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복수의 소리가 하나의 소리로 뭉쳐져서 인식될 수 있다. (이를 심리음향학
에서 spectral fusion 현상이라 한다.) 그러나 복합이명이라 해도 어느 정도
유사한 음색을 찾거나 고해상도 미세청력검사를 통해 이명의 음향학적 특성을
연역적으로 규명하는 일은 가능하다.
 
소리는 인간의 뇌에서 토노토피(tonotopy)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토노토피란 청각신경계의 주파수 처리를 관장하는 신경망 기
능으로서 청각피질 내 격자식으로 조직화된 일종의 ‘주파수 지도’이다. 순음이나 복합음처럼 물리적으로 분명한 주파수 특성을
지닌 소리의 경우 청각신경계의 토노토피 연산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 곧바로 청각피질 내 특정 주파수 위치에서 특정 청각뉴
런이 반응한다. 그리고 해당 소리는 음고(pitch)라는 뚜렷한 심리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협대역(narrow band) 또는 광대역(broad
band) 잡음처럼 물리적으로 명료하지 않은 주파수 특성의 소리인 경우 토노토피 연산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으며 청각
피질 내 해당 주파수 대역 위치에서 청각뉴런이 집단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을 지닌다. 그리고 해당 소리는 뚜렷한 음고 양상을
동반하지 않은 채 청각피질 내 청각뉴런 간의 전기적 반응을 유발한다.

<이명은 토노토피의 재조직화 과정에서 동반되는 전기적 현상>
소리의 분석과 증폭을 담당하는 말초청각세포와 소리신호를 최종 처리하는 중추신경세포는 동일한 주파수를 처리하는 청각세포
와 신경끼리 서로 짝을 이루고 있다. 만일 청각세포가 손상이 진행되면 이러한 짝짓기 구조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토노토피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건강한 청력의 경우 대뇌의 중추청각신경이 말초의 건강한 청각세포를 적정 수준으로 억제하는 원심
억제(efferent inhibition) 기능이 살아있다. 그러나 만일 A 주파수를 처리하는 A 말초청각세포가 손상될 경우, A 주파수 처리를
관장하는 A 중추청각신경이 A 손상청각세포에 대한 원심억제를 풀고 다른 건강한 세포 즉 B 세포와 새롭게 짝을 이루는 재조
직화(reorganization)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재조직화 현상으로 인해 결국 손상된 A 말초청각세포는 A 청신경의 원심억제로
부터 점진적으로 소외되게 되며 정상적인 소리 증폭이나 감폭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A 청신경의 원심
억제로부터 소외된 A 말초청각세포는 외부소리 없이 스스로 소리를 내는 이명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청각피질의 재조직화(Reorganization) 및 재재조직화(Re-reorganization) 현상 예
 
 
청각세포의 손상이 청각피질의 토노토피 구조를 변형시킨 재조직화 예 (A가 B로 변형)
재조직화된 청각피질의 토노토피 구조를 적절한 소리자극으로 복원(재재조직화)시킨 예 (B가 C로 복원)
 
 
이명이 발생하는 신경학적 원리에 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아래 도식에서 좌측은 이명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청각신경계의 작동 원리를 묘사하고 있으며, 우측은 이명이 발생 중인 청각신경계의 작동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명이 발생하지 않는 청각신경계>
특정주파수에 반응하는 외유모세포(OHC)는 본질적으로 역동적 특성을 지닌 운동세포이다. 이러한 외유모세포가 모두 정상인
상태에서는 외유모세포의 자발적 운동에 의한 미세한 전기신호가 내유모세포(IHC) 및 구심성 청각경로를 통해 중추로 전달되어도
소리로서 인식되지 않는다. 대뇌로부터 그만한 억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뇌의 외유모세포에 대한 억제 명령은 외부 소리
유무에 상관없이 언제나 원심성 청각경로를 통해 외유모세포에 하달되고 있으며 외유모세포의 운동성을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

<이명이 발생 중인 청각신경계>
특정주파수에 반응하는 외유모세포 그룹 중 일부 기능이 손상을 입은 경우 내유모세포를 통해 중추로 전달되는 전기신호는 정
상일 때보다 다소 감소된 에너지를 대뇌에 전달한다. 감소된 에너지를 전달받은 대뇌는 해당주파수대역의 외유모세포 그룹 전
체에 대한 억제 강도를 낮춘다. 감소된 억제 에너지는 해당주파수대역의 외유모세포들 중 아직 손상되지 않은 정상 외유모세포
들의 자발적 반응을 억제하지 못하게 되며, 이들의 자발적 진동에 의한 전기신호는 대뇌에서 이명 현상, 즉 외부자극이 없음에도
들리는 소리 현상으로 인식되게 된다.